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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구글? 삼성전자? 개별종목 어렵다면 업종ETF 고르세요"
20년 베테랑 애널리스트서 글로벌 ETF 전도사 변신
기사입력 2017.04.07 0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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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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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설의 유통 애널리스트에서 글로벌 ETF 전도사로 변신한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 [이승환 기자]

"이제 한국 주식만 해서는 두 자릿수 수익을 못 내요."

한때 그는 여의도에서 전설의 유통 애널리스트로 불렸다. 지난 20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만 17번이나 선정됐던 그를 넘어서는 애널리스트는 찾기가 어려웠다. 주가흐름을 족집게처럼 맞히는 능력은 물론이고 유통업계 전반의 변화나 기업의 전략을 두루 꿰고 있었던 터라 학계나 기업에서 그의 보고서를 먼저 찾을 정도였다.

그렇게 유명했던 그가 돌연 애널리스트 옷을 벗고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전도사로 변신했다.
이제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에서 투자할 만한 주식·ETF를 발굴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변신한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한국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서 연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주식이 있나요? 있으면 좀 찾아주세요."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 얘기다. 박 부장은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해서 20년간 유통·미디어 애널리스트 외길을 갔다. 당시 박 부장이 커버했던 종목은 20개 남짓. 20년간 이 종목을 매일같이 들여다보니 재무제표 오류까지 잡아낼 정도로 한 기업을 통찰력 있게 봤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종목은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부터 전 세계 수만 개 글로벌 ETF까지 방대하다.

단순히 커버리지 숫자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방식을 보면 거의 이직에 가깝다. 흔히 펀드매니저가 편입할 종목을 미리 골라 시장 수익률 초과를 목표로 하는 투자를 `액티브 투자`라고 하고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투자를 `패시브 투자`라고 한다. 액티브 투자를 인간 펀드매니저가 하는 투자, 패시브 투자를 ETF 투자라고 이해하면 쉽다. 애널리스트들이 종목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액티브 투자의 첨병을 맡고 있다면 지금 박 부장이 하고 있는 ETF를 찾는 일은 패시브 투자의 전형이니까 완전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박 부장은 "유통주 애널리스트로 한창 열심히 뛰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통 대장주들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점포를 열고 주가도 연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며 "하지만 지금 그런 수익을 내는 유통주를 찾으려면 한국은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이나 컨슈머 관련된 ETF를 찾는 게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해지면서 주식 애널리스트로서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주식을 찾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글로벌 ETF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싸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며 "주식에 투자할 때는 그 기업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하지만 ETF는 잘 몰라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주식이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면 글로벌 ETF는 오히려 폭넓은 투자 시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는 "글로벌 ETF에 투자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상품부터 먼저 조금씩 사보면 된다"며 "예를 들어 요즘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구글을 사야 할지 삼성전자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4차 산업혁명 관련 ETF를 사보는 것은 어떠냐"고 조언했다. 글로벌 ETF 투자가 초보자들에게도 그만큼 쉽고 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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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액 자산가들도 이제 글로벌 ETF는 거의 다 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며 "자산가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있는 테마를 얘기하면서 그 테마에 맞는 ETF를 찾아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박 부장은 그러나 글로벌 ETF 투자 시 유동성이 작은 종목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거래량이 최소 10만 단위 이상은 돼야 투자할 만하다는 것. 유동성이 작은 종목은 매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ETF를 고를 때 추적오차가 큰 종목은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통상 ETF는 기초자산 가격의 흐름을 추종하는데, 추적오차라는 것은 ETF 순자산가치가 기초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선물이나 원유선물 ETF 등이 추적오차가 큰 종목으로 꼽혔는데 이런 식으로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에는 현물과의 가격 격차 때문에 추적오차가 더 크게 나오기도 한다.


박 부장은 또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장기 투자에 부적합하다"며 "레버리지 2배짜리 이상에 도박 성향으로 접근했다가 원금까지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글로벌 ETF 종목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변동폭의 3배 이익을 내는 원유파생 ETF였다. 이 상품은 유가지수가 떨어지면 하락폭의 3배로 이익을 내거나 상승 시 상승폭의 3배로 벌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거래대금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통상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운용보수도 비싼 편이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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